258번 용병 브레이커 스토리
남루한 행색의 아이가 배를 움켜잡고 뒷골목을 돌아다닙니다.
쓰레기통을 뒤지던 아이는 곧 곰팡이가 핀 빵을 찾아내더니 허겁지겁 먹어 치웁니다.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쓰레기통을 뒤져 곰팡이가 핀 빵을 찾아낸 것.
이것이 당신의 첫 번째 기억입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당신은 뒷골목을 전전하며 자랐습니다.
뒷골목에는 당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길거리에는 구할 수 있는 먹을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없는 곰팡이 핀 빵, 상한 고기 따위를 가지고 종종 다툼이 생기곤 하였습니다.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만 했습니다.
뒷골목에는 당신보다 덩치가 크고 힘도 센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싸움을 결코 피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얻어맞아도 다시 일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으며, 승리를 거둔 뒤엔 상대를 철저하게 짓밟아버렸습니다.
어느새 당신은 당신에게 덤벼오는 아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거리에서 마주쳐도 눈을 피하며 설설 기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에 당신은 기고만장하여 먹을 것이나 돈을 빼앗고 다녔습니다.
행패를 부리는 모습에 뒷골목의 주민들은 당신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당신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평소와 같이 뒷골목을 거닐던 어느 날 당신은 수많은 아이에게 둘러싸였습니다.
원한을 가진 아이들이 당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필사적으로 싸웠고 그 모습에 다른 아이들은 슬금슬금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지친 나머지 당신은 도망가는 아이들의 발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당신은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고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깨닫습니다.
뒷골목에 쓰러져 있던 당신을 집까지 데려온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당신을 보살펴주며 글을 읽고 쓰는 법, 셈을 하는 법처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었습니다.
당신은 생애 처음으로 따스함이라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어느 날 당신과 할아버지는 깡패 무리가 뒷골목의 주민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들은 보호세를 상납하라며 주민들을 윽박지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다가가 말로 타이르려 하자 깡패 무리는 오히려 주먹을 치켜듭니다.
깜짝 놀란 당신이 달려들려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가 번개 같은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그들을 제압한 것이었습니다.
호되게 당한 깡패들은 부리나케 도망갔습니다.
당신을 탐탁지 않아 하던 주민들이 할아버지에게는 연신 감사하다고 하는 모습에 당신은 뭔가를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할아버지에게 싸움을 가르쳐달라 했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기술은 배울 필요가 없다며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당신은 열린 문틈 사이로 우연히 본 할아버지의 등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엄청나게 거대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는 슬픈 표정으로 빛바랜 가족사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궁금증이 생겨났지만, 모른 척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와의 행복한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일 년 뒤 할아버지가 돌아가고 당신은 다시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거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슬펐던 당신은 일부러 먼 곳으로만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당신은 서서히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뒷골목을 방황하던 당신은 어느새 자신이 할아버지의 집 근처까지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황급히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깡패 무리가 다시 찾아와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분노한 당신은 그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할아버지와 달리 당신은 그들을 순식간에 쓰러뜨리진 못했습니다.
깡패 무리의 협공에 당신은 몇 번이고 쓰러졌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섰습니다.
얻어맞으면서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깡패들을 한 명씩 쓰러뜨리기 시작하자 그들은 다음에 두고 보자며 도망갔습니다.
당신은 도망가는 깡패들을 보며 다짐했습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이곳을 지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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