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꿈꾸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사람들과 그 이유가 달랐습니다. 사회를 바꿀 힘을 갖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약자의 편에 서고 싶어서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아이는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특종을 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기사 밑에 쓰인 자신의 이름이 유명해지길 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였지만, 뚜렷한 목표를 갖고 노력한 아이는 신문 기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신문 기자가 된 당신이 처음 맡은 일은 사회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기삿거리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생각보다 특종 거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언제 특종 거리가 나타날지는 모르는 법. 당신은 카메라를 챙겨 다니는 것만은 잊지 않았습니다.
따분한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써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도,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돕고 사는 이웃들에 대한 기사를 써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경험이 쌓이며 당신의 능력은 일취월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만족할 수 있을 정도의 특종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유독 기삿거리가 잡히지 않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카메라를 챙겨 다니던 당신은 기삿거리를 찾아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생각하며,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본 당신. 그 순간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새하얀 의상을 입은 사람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깜깜한 밤이어서 정확히 알아볼 순 없었지만 사람의 형체임은 확실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특종을 직감한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신은 우연히 찍은 이 사진이 특종감임을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사진만으로는 기사를 쓸 수 없었습니다. 다소 흐릿하기도 했을뿐더러, 사람들이 이 사진을 믿게 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정체불명의 사람이 날아온 방향에 실마리가 있을 거라 짐작하고 지도를 펼쳐 날아온 방향을 확인하였습니다. 지도를 따라가던 당신에게 눈에 띄는 건물이 있었습니다. 국제 보석 전시회가 진행 중인 박물관이었습니다. 며칠 전 기사를 쓰기 위해 방문했었던 박물관이었습니다. 당신은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박물관에 도착한 당신은 이상한 낌새를 즉시 눈치챘습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사복 차림의 경찰이 박물관 곳곳에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눈치챌 수 없었겠지만, 특종을 찾기 위해 수도 없이 경찰서를 들락거렸던 당신은 그들이 경찰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건의 냄새를 맡은 당신은 은밀하게 위장한 후 접근하여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괴도가 달의 조각을…"
"방비에 빈틈은 없었을 텐데…"
"언론에 들어가지 않도록…"
거리가 멀어 잘 들리진 않았지만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달의 조각은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보석의 이름이었습니다. 대화를 엿들은 당신은 엄청난 대사건이 일어났음을 짐작했습니다. 달의 조각이 도둑맞았고, 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범인으로 짐작되는 인물의 사진을 찍은 참이었습니다. 이제 확인해야 할 일은 하나였습니다. 내일 박물관에 다시 들러, 달의 조각을 전시 중인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전시가 중단된다면 당신은 확신을 갖고 기사를 쓸 생각이었습니다.
다음 날 박물관에 방문한 당신은 달의 조각 전시가 중단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당신은 괴도를 찍은 수많은 사진 중 가장 잘 찍힌 사진을 심사숙고하여 고르고, 최대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게끔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당신의 기사가 실린 날, 기사는 대박을 터뜨려 신문사의 판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그러나 그 관심이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당신의 기사가 나간 이후로도 괴도는 사건을 일으켰고 사람들은 당신의 기사가 아니라, 가장 먼저 괴도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찾았습니다. 당신은 괴도에 대해 더 빠르고 상세하게 기사를 써야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고민 끝에 신문사를 그만두고 괴도를 쫓아다니며 기사를 쓰는 프리랜서 기자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그 어떤 기자보다도 빠르게 괴도를 쫓는 기자가 되었습니다. 대중은 당신의 기사에 열광했고, 얼마 안 가 누구보다 빠르게 괴도에 대한 기사를 쓰는 당신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발 앞서 괴도의 정체를 밝혀내는 작업에도 착수하였습니다. 비록 정체를 알아내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하지만 당신은 주눅들지 않았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이 당신의 기사를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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