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우는 그림자를 조종하는 초능력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5살 무렵부터 자연스럽게 사용했죠.
사람들은 그림자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크로우의 능력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크로우가 10살이 될 무렵까지 부모님조차 몰랐습니다.
현행법으로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초능력자를 교육하는 벨라 스쿨을 다녀야 합니다.
벨라 스쿨에 다니면 기숙사에 들어가 부모님과 떨어져야 합니다.
크로우는 엄마, 아빠와 헤어지는 것이 싫어 그림자에 숨어다녔습니다.
부모님은 몇 달을 고생하다가 크로우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 앞에선 절대로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그래서 크로우는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량학생들이 한 소녀를 괴롭히는 걸 목격합니다.
도와주고 싶었지만, 소녀를 돕게 되면 필연적으로 초능력이 드러나게 될 테니
크로우는 눈을 감고 소녀를 외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이후부터 소녀가 자꾸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즐겁게 놀다가도 어딘가 우울한 표정을 짓고, 가끔 불량한 학생들에게 불려 다니는 걸
자꾸 목격하게 됩니다.
소녀의 옷이나 가방이 점점 더러워지는 날이 많아지고, 소녀의 친구들도 하나씩 떠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느 날은 상처투성이로 엉엉 울고 있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크로우는 더는 소녀가 괴롭힘당하는 걸 방관하기 힘들었습니다.
크로우는 선생님에게 소녀가 괴롭힘당하는 사실을 고발해 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일은 흐지부지 되었고 결과적으로 소녀만 더 괴로워졌습니다.
크로우는 일을 괜히 더 크게 만든 것 같아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불량배들을 처단하기로 해 한 명씩 그림자로 공격해 제압했습니다.
크로우의 활약으로 불량배들은 꼼짝도 못 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자를 다루는 초능력자에 대한 소문이 나고,
불량배들이 피해를 호소했기 때문에 이 일대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크로우는 피하고 싶어서 도망갈 궁리도 했지만, 도망가면 빼도 박도 못하고
자신이 초능력자라고 인정하는 꼴이라 사면초가입니다.
결국, 크로우는 초능력자임이 밝혀졌고 벨라 스쿨로 전학 가게 됩니다.
크로우의 돌발행동을 우려한 정부에선 감시요원들을 크로우에게 붙여 달아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학교를 나오려는 데 크로우가 구해준 소녀가 뛰어와 크로우에게 고맙다고 수줍게 말을 건넸습니다.
소녀가 크로우를 무서워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벨라 스쿨은 사관학교 같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과 딱딱하고 엄격한 학교규율이란…
어릴 적부터 벨라 스쿨을 다닌 아이들은 규칙에 순응하지만, 크로우는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사고를 치고 들어온 거라 크로우에게 특별히 더 엄격하게 굴었습니다.
그림자를 다루는 초능력자는 굉장히 드물어서 이 학교 내에선 크로우가 유일했습니다.
학교에선 크로우의 능력치 레벨을 알기 위해 테스트를 하도록 시켰습니다.
테스트 방법은 훈련장 내부를 그림자로 얼마큼 장악할 수 있는지와
그림자를 조종해 물리력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한 번도 한계치까지 힘을 개방해본 적 없어 자신도 궁금해했습니다.
그래서 크로우는 별생각 없이 할 수 있는 대로 힘을 전부 개방해버렸습니다.
갇혀 있던 힘들이 질풍노도의 기세로 사방으로 퍼져 나갑니다.
훈련장은 순식간에 그림자가 덮어버렸고 훈련소 내부만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크로우과 함께 통째로 그림자에 삼켜졌습니다.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그림자가 대신 존재하며 시간이 멈춘 듯 사람들이 그대로 멈춰있습니다.
사물들도 새까맣습니다. 이 기이한 풍경 속에서 크로우만이 유일하게 살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온 사방군대를 돌아다녀도 사람 형태의 그림자, 사물의 그림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곳은 도대체 어디인 거죠??
크로우가 혼란스러워할 때였습니다.
"깍~ 깍~"
푸른 빛이 도는 검은 까마귀가 크로우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는 어디론가 향합니다.
크로우는 까마귀를 따라 걸었습니다.
까마귀의 안내를 받아 크로우가 간 곳은 기숙사에 있는 크로우의 작은 숙소입니다.
"안녕~ 친구"
방에 들어가자 문이 닫히면서 그림자에서 사람 형체가 솟아나더니 크로우에게 말을 겁니다.
"누…. 누구야?"
"나? 나는 너야. 너의 그림자."
"그림자가 어떻게 말을 하는 거야?"
"난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야. 너의 마음 깊은 곳, 새카만 구멍 속에 사는 본심이라고 할까?"
"마..마..말도 안 돼! 어떻게 대화를 할 수가 있는 거야?"
"그거야. 너의 초능력 덕분이라고 할까나? 네가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다스리지 못한 덕분에
이 그림자 세계에 들어올 수 있었지."
크로우가 그림자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림자 속에서도 더 깊은 심연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날 따라오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마."
크로우는 홀리듯 그림자를 따라갔습니다. 그림자가 방문을 열었고 밖은 온통 새까만 어둠뿐입니다.
크로우가 그 새까만 어둠에 발을 들이자 어떤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곳은 오랜 시간 동안 그림자 속에 켜켜이 쌓인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이,
기억들이 가라앉아 있는 그림자 심연이었습니다.
이 곳에 들어온 순간 이 심연을 이겨내지 못하면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크로우를 안내했던 그림자는 이 심연 속에 쌓인 검은 마음들이 크로우의 초능력을 빌려 의인화된 것이었습니다.
검은 마음들은 크로우를 세뇌하고 장악해 그 몸을 차지하려고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이었습니다.
검은 것이 올라와 크로우를 집어삼켜 버립니다.
크로우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이것들을 제어하고 장악하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검은 그림자가 크로우를 더욱 옥죄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안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걸까요?!
'빠져나가려 할수록 더 널 구속할걸? 그만, 포기하시지~'
'난 포기하지 않아! 이곳을 벗어나고 말 거야!'
'여기가 어딘데? 넌 어딜 빠져나가려고 하는 거지?'
크로우의 마음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속삭입니다.
'여기는….여기는..!'
여기는 도대체 어디일까요? 크로우는 발버둥을 멈추고 가만히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림자 속에 갇혀버린 줄 알았지만, 기숙사의 방문을 열고
들어온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크로우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림자에 잡아먹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크로우는 내면에 있는 자신의 힘을 느끼고, 어둠을 받아들였습니다.
크로우의 각성이 진행되는 동안 벨라 스쿨의 선생들과 학생, 정부의 연구원들은 모두 경악했습니다.
특히,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전부 이 거대한 힘을 직접 느껴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 누구도 이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림자에 잠식되어 그대로 사라질 것 같았다가 서서히 그림자가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힘이 전부 크로우 안으로 갈무리되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이날 이후 크로우의 힘을 우려한 학교 및 정부에서 크로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힘을 제어하기 위한 제어 장치를 장착하게 했습니다.
크로우의 힘을 경험한 학생들은 크로우를 두려워해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크로우는 이곳 벨라 스쿨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어차피 벨라 스쿨을 졸업하면 갈 곳이라곤 군대나, 비밀 첩보기관 외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크로우는 그림자 속에 숨어들어 손쉽게 벨라 스쿨을 빠져나와
몸에 달고 있는 제어 장치들을 전부 부숴 버렸습니다.
학교의 보안 요원들이 크로우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고
크로우는 그림자를 일으켜 세워 사람들을 공격했습니다.
아예 사람을 그림자에 가둬버리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이자 그림자에 숨어들어 크로우를 안내했던 그 까마귀의 모습으로 변해
포위를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크로우는 현상수배범이 되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단지, 부모님이 크로우가 그렇게 된 걸 안타까워해 죄송했을 뿐입니다.
크로우는 크로우라는 가명으로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해결해주는 일을 시작했고 크로우는 금세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로우는 그림자의 세계를 탐험하다가 그림자의 세계가 모든 차원과 연결된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크로우는 호기심에 그림자의 세계를 통해 이곳저곳을 여행했습니다.
그러다 차원의 균열 사이에 존재하며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흘러들어오는 로스트사가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크로우는 로스트사가에 한번 가보기로 합니다.
로스트사가 도착한 크로우의 행보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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