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의 부모님은 집시였습니다. 한곳에 정착하지않고 떠돌아다니며 자연을 벗삼아 사셨죠.
그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블레이드는 자유를 무척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났습니다.
숲과 들판은 블레이드의 놀이터였고, 숲속의 동물들은 블레이드의 친구들이 었습니다.
특히, 블레이드 날아다니는 새들을 무척 좋아하고 동경하였습니다. 어릴적 부모님이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블레이드는 커서 새가 될거라고 이야기하곤 했죠. 또래 친구들을 사귀진 못했지만 자연에서 사귄 동물친구들
덕분에 외로움을 느껴본적이 없었습니다.
집시들은 대부분 선량한 사람들이지만, 범죄 조직과 결탁한 소수의 집시들이 문제를 일으키자
정부는 집시정착촌을 만들어 모든 집시들을 그 곳에 강제로 이주시켰습니다. 블레이드의 가족들도 어쩔수 없이
정착촌에 반강제로 이사해야했습니다. 이에 반발해 도망다니는 집시들이 많았지만, 블레이드의 부모님은
블레이드를 생각해서 순순히 정착촌에 입주했습니다. 그곳에는 블레이드 또래의 아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잔뜩 생겼지만 마을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는게 한가지 흠이었죠.
마을은 높은 철책에 감싸여있었고 출입문은 딱 하나였습니다. 출입문에는 무섭게 생긴 경비병들이
지키고서서 허락받지 않은 사람은 내보내주질 않았습니다.
블레이드는 정착촌에 살면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따분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죠.
친구들이 많긴 했지만, 그 아이들은 미묘하게 거리를 두고 블레이드와 집시친구들에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느날 블레이드는 집으로 가던 도중 선배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아이를 보게 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고 했으나 괴롭힘 당하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아이는 블레이드의 반친구였습니다.
지나치게 활발하지도, 지나치게 조용하지도 않은 평범한 아이였죠.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블레이드는 무척이나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친하지않다고해서 그냥 지나치기엔 양심에 찔렸습니다.
"내 친구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우아아악~!"
블레이드는 눈을 딱 감고 달려었습니다.
불량아들은 덩치도 크고 힘도 강했지만 끈질기게 달려드는 블레이드에게 진절머리를 내며 가버렸습니다.
그 아이도, 블레이드도 상처투성이에 옷이 엉망진창이 되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블레이드의 이야기가 반에 퍼지면서, 학교 친구들과 집시 아이들이 조금씩 친해졌습니다.
블레이드도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지만 그 아이들은 블레이드와 조금 달랐습니다.
학교생활은 답답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고, 친구들은 밖에서 뛰어노는 것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숲으로 들어가는 것도 제약이 많아서 매번 경비병들 몰래 숲으로 들어가야했습니다.
블레이드는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숲의 기운을 느끼는 것도 좋았죠. 그래도 친구들과 노는 것도 좋았기에
블레이드는 한동안은 평범한 아이들처럼 지냈습니다.
블레이드에겐 남들과 다른 한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었죠. 하지만, 부모님이 아무에게도 알게해선 안된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집시들 대부분이 정착촌에 살고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정부사람들을 피해 유랑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시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평범했던 어느날, 블레이드와 부모님이 살고있는 정착촌에
한 무리의 괴한들이 습격했습니다. 그들은 문을 지키는 경비병들을 쓰러트리고 총과 칼로 무장했습니다.
그러나 집시들은 제 한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무장과 싸움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들은 집시들의 저항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당황했습니다. 곧 수비대가 들이닥쳐 무장괴한들을 잡아갔고
정착촌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블레이드는 평화를 위해선 싸워야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블레이드는
마을사람들을 위해 날아다니는 능력을 사용해 마을주변을 정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맨몸으로 날아다녔는데, 간혹 블레이드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 때문에 블레이드는 판자타고 날아다니며
몸을 숨겼습니다. 판자를 타고 높이 날면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정찰이 목적이었으나,
어른들은 아이의 말을 잘 믿어주지 않기 때문에 괴한들이 자주 침입했습니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블레이드는 어른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정찰도중 수상한 사람들을 보면 돌을 던져 그들을 물리쳤습니다.
블레이드는 스스로를 마을의 수호자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따분한 학교 공부보다 이쪽이 훨씬 재미있고
스릴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블레이드의 집에 검은양복의 사나이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블레이드가 날아다니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다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느덧 청년이 된 블레이드는 그들처럼 비밀요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밀요원생활은 생각처럼 스릴넘치
고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법에 따라야하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교모하게 법망을 피하는 경우도
많아 체포할 수 없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돈 많고 권력있는 사람들은 설령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변호사를 이용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처벌을 면했습니다. 블레이드는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에
점점 불만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블레이드가 소속된 사무실은 서커스단으로 위장중이었고 실종된
한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지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범인은 정치인의 아들이었습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 생명에 흠이 갈것을 염려하여 아들을 빼내
해외로 도피시켜 재판자체를 열수가 없었고 집시인 부모님을 들먹이며 자질을 문제삼았습니다.
결국 사건이 또 흐지부지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 블레이드는
과거 마을을 수호하던 때처럼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블레이드는 고리타분한 검은 양복을 벗어버리고
서커스 공연할때 의상을 입고 블레이드를 타고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정치인의 집을 습격하였습니다.
정치인의 아들은 해외로 도피한 척 하고 그 집에 숨어있었습니다. 블레이드는 그를 잡아 경찰서에 던져 넣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블레이드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경찰과 경찰특공대, 분노하며 방방뛰는 부패한 의원부자들,
이 촌극같은 상황을 찍기 위해 달려든 방송국 카메라들까지. 블레이드는 코미디 프로보다 더 웃긴 이 상황이 웃겨
파안대소를 하였습니다. 게다가 비밀로 부쳐졌던 초능력을 만인에게 드려낸 상황이었죠.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고, 부조리하기만 한 기존의 사회도 지겨워졌습니다.
언제까지 반복되기만할 억울할 상황들..
블레이드는 사방에 칼날을 마구 뿌리고 다니며 그곳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모두가 뒤엉켜 경찰들이나 특공대가 섣불리 총을 쏠수가 없었습니다. 하늘위 헬리콥터에서 블레이드를 비추는
강한 빛과 점점 불어나는 방송용 카메라들. 영화가 현실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블레이드는 그 난장판속에서 유유히 블레이드를 타고 떠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끽하는 자유에 무척 신이
난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이후로 처음이라 그런가 봅니다.
이 후 블레이드는 부패한 공무원, 정치인, 경찰, 검사, 범죄자들 구분하지 않고, 그들을 응징하러 다녔습니다.
게다가 부패한 권력가들의 금고를 털고 다니니 오히려 비밀요원이었던 시절보다 더 부유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 하네요.
사람들은 블레이드를 '정의의 블레이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속 수퍼히어로들처럼
선량한 시민들을 무조건 도와주는 건 아니라 히어로라고 하기엔 부족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당신을 '재앙의 블레이드'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번 나타났다가 사라진 자리는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이죠. 어머니 아버지는 그런 블레이드의 안위를 걱정하시지만, 짧기만한 인생
하고싶은 대로 살라고 합니다.
"으아아악!!! 안돼에~~!!"
블레이드는 오늘도 악덕한 사람들에게 재앙을 선사하고 다닙니다. 이번엔 더 엉망진창으로 부숴버렸네요.
블레이드는 낄낄낄 비웃으며 경찰이 오기전에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과연 블레이드는 로스트사가에서 '정의의 블레이드'로 불리게 될까요?
아니면 '재앙의 블레이드'로 불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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