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명령 받은 대로 우수하게 일하는 인형.
인형들은 인간에 의해 탄생되었고, 인간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무수하게 많은 인형 사이에 가드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가드너를 만들어낸 마술사는 평생에 걸쳐 인간과 흡사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인형을 만들기 위해 연구
해왔고, 마침내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까지 지닌 최초이자 단 하나뿐인 인형인 가드너가
탄생하게 됩니다.
마술사는 가드너를 탄생 시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술사가 세상을 떠나자 가드너를 차지하기 위해 여러 귀족들이 달려들었고 수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가드너를
차지하고 싶어 했습니다. 마술사의 친구였던 인간들은 가드너를 비싼 값으로 팔기 위해 경매장에 가드너를 올려
놓았습니다. 귀족들은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가드너를 쟁취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퍼부으며 경매를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가드너는 처음 보는 귀족들에게 팔려갔으나, 금방 흥미가 떨어진 귀족들은 가드너를 다시 팔고자 했고
경매장을 통해 사고 팔리는 일이 반복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인간을 보필해온 가드너는
다른 인형들과 달리 실수투성이에 사고 뭉치였습니다. 귀족들은 그런 가드너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가드너에
대한 관심 또한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다시 경매장에 팔려온 가드너는 오랜 시간 골동품이 모인 창고 구석에서
한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였습니다. 더 이상 가드너를 찾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골동품이 쌓여있는 창고 구석에 있던 가드너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귀족 같은 차림새를 한
사람이 가드너를 보자마자 가드너를 구입하고 싶다며 정중하게 가드너와 경매인에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다른 귀족들과 달리 정중한 태도로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귀족에게 가드너는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귀족과 함께 집으로 향하는 가드너는 이번에는 쫓겨나지 않도록, 실수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긴장감을
안고 귀족의 저택으로 향했습니다.
귀족의 저택에 도착한 가드너. 귀족은 가드너에게 고급스러운 가위를 건네주며 뜻밖의 제안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정원을 관리하는 정원사로 일해주지 않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가드너는 이제껏 귀족들의
시중을 들며 살아왔기 때문에 정원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그러자 귀족은
가드너에게 정원 일에 대해 알려주겠다 하며 걱정 말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귀족은 낯선 집에서 가드너가 힘들까 걱정되어 이내 가드너가 머무를 침실로 안내해주었고, 굿나잇 인사를
하곤 자신의 침실로 내려갔습니다. 귀족의 따듯한 배려에 당황한 가드너는 포근한 침대에 누워 걱정과 기대를
하며 곤히 잠에 들게 됩니다.
어느덧 가드너와 귀족은 정원을 살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서툰 가드너였지만
귀족의 따듯한 응원이 힘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실수투성이였던 가드너는 정원을 관리하는 일을 하면서
차분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점차 실수는 줄어들었고 일에 대한 자신감도 향상 되었습니다. 잘 해야만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안정감
을 찾은 가드너는 훌륭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 할 수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귀족 또한 흐뭇해하였습니
다. 귀족의 정원은 점점 거대해졌고 아름다워 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가드너가 손수 만들어 놓은 미로 정원과
하늘 정원은 정말 아름다움의 극치였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정원을 갖게 된 귀족은 가드너에게 너무나
고마워했습니다.
정원의 일을 성실히 수행해오던 가드너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졌습니다. 곧 다가올 귀족의 생일 파티 준비를
도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제안을 듣고 가드너는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 귀족은 가드너에게 손님을 잘 맞이
하고 성공적으로 생일 파티가 진행된다면 가드너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다고 하였습니다. 가드너 또한 귀족
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더욱 더 열심히 일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생일 파티는 성황리에 시작되었고 귀족과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온 손님들은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가드너는 행복한 마음이었지만 왠지 가슴 한 켠이 아려오기도 했습니다.
성대한 귀족의 생일 파티가 끝나고 난 뒤 귀족은 다 함께 고생해온 인형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가드너와 다른 인형들에게 꽃이 달린 리본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처음으로 선물이라는 걸 받은 가드너는 행
복했습니다. 이렇게 가드너는 어느덧 귀족의 가족이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형과 달리 인간은 수명이라는 것이 있었고 세월이 지날수록 귀족은 점점 노쇠해졌습니다. 귀족의
저택에는 어느 순간부터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아 들었습니다. 특히 의사의 출입 또한 많아졌습니다. 의사가
저택에 머무르는 시간은 점점 늘어났고 귀족의 혈색도 점점 안 좋아졌습니다.
그런 귀족이 걱정이 된 가드너는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혈색이 나빠지던 귀족은 끝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가드너는 귀족을 침대로 옮긴 뒤 황급히 의사를 불러왔습니다. 저택에 도착한 의사는 귀족에게 시한부를
선고 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가드너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에게 따듯한 감정을 일깨워준
주인이 곧 세상을 떠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오며 슬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귀족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습니다. 자신의 곁을 밤새 지켜온 가드너를 바라보던 귀족은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습니다. 가드너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귀족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정원을 새롭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맑은 공기를 내뿜는 각종 나무들을 심고, 주변에는 아름다운 꽃들을 심기 시작하였습니다.
귀족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힘들어하였습니다. 그런 귀족을 보는 가드너는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 밤낮
없이 정원을 가꾸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후 드디어 정원을 완성 시킨 가드너는 귀족에게 달려가
정원에서 바람을 쐬 자고 권유하였습니다. 귀족 또한 계속 누워만 있었기 때문에 정원이 그리웠습니다.
그렇게 귀족은 가드너에게 의지한 채 정원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정원 앞에 선 귀족은 놀라워
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
고 아름다운 장식을 한 나무들이 즐비해 있었습니다. 귀족은 자신에게 아름다운 정원을 선물해 준 가드너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가드너 또한 정원을 마음에 들어하는 귀족을 바라보며 흐뭇해했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던 가드너와 귀족은 가문비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
습니다. 따듯한 햇살이 내리쬐는 가문비 나무 그늘 아래 귀족은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나무에 기대었고
살며시 눈을 감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귀족을 바라보는 가드너의 손은 점점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귀족의 숨소리는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인기척이 사라진 귀족을 바라보는 가드너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차가워진 귀족의 손을 잡은 가드너는 그렇게
아무 말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귀족이 잠든 가문비 나무 아래 무덤을 만들어 준 가드너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귀족을 그리워하며 무덤을 지켰습니다. 몇 세기가 지나도 추억이 깃든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던 가드너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남아 귀족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저기 멀리서 이상한 머리를 한 남자가
가드너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과연 저 남자는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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