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번 신규 용병 괴도 등장!
사람이 있는 곳엔 사건이 발생한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여길 당연한 말이지만 나에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말이다. 내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니까. 현재 나는 탐정이다. 현재라는 건 내 직업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붙이는 말이다. 썩 유복하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신문기자, 단역 배우, 경비원, 도서 판매원, 운전사, 길거리 마술사, 호텔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겪었다. 그러던 중 호텔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해결한 것을 계기로 탐정 일도 시작하게 됐다. 탐정 일을 시작한 후 나는 온갖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다. 사건을 잘 해결한 덕에 오히려 명성은 높아졌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사건에 일으키고 다니는 내 특이체질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휴양지에서조차 사건에 휘말리는 건 일반적으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겠지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정체불명의 도둑, 괴도의 사건을 그럭저럭 잘 마무리한 나는 ― 괴도는 잡히지 않았지만 노렸던 물건은 가져가지 않았다. 탐정으로선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휴양을 위해 시골 마을로 내려온 참이었다. 정말 조용히 머무르고 싶었던 나는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호수 근처의 오두막집을 사서 지내고 있었다. 물품을 사러 갔던 상점에서 말실수하는 바람에 내가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 마을 전체에 퍼지지만 않았다면 나는 휴가를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 말실수로부터 이틀 뒤, 이 마을의 제일가는 부자가 내 오두막을 방문했다. 자신이 며칠 전에 괴도의 예고장을 받았다면서 말이다.
나는 그를 오두막에 들여보내지도 않은 채, 이런 시골 마을에 괴도가 나타날 리가 없다고 말하고 누군가의 질 나쁜 장난일 테니 정 걱정되면 경찰에 연락하는 게 좋을 거라며 돌려보내려 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받은 예고장이 신문에서 본 괴도의 것과 흡사하다면서 괴도의 범행을 한 번도 막지 못한 경찰보단 유일하게 괴도의 범행을 막은 명탐정인 나의 도움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예고장을 내게 건네주었다. 누구보다도 괴도 특유의 서명을 많이 봐왔던 나는 예고장이 진짜 괴도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마을 부자에게 말했다. "이건 진짜 괴도의 예고장이군요. 누구보다도 괴도에 대해 잘 아는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내게 거액의 보수를 줄 테니 범행이 예고된 7월 24일, 즉 내일까지 자신의 저택에 머물러 줄 수 없겠냐고 했다. 괴도를 붙잡을 기회가 눈앞에 찾아온 탐정이라니. 탐정으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거절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나는 보수는 받지 않아도 되니 대신 경찰을 부르지 않을 것, 괴도를 붙잡게 된다면 자신이 직접 경찰에 넘길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그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흔쾌히 수락했다.
부자의 저택으로 간 나는 저택과 보물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그는 가족 없이 고용인들만 거느린 채로 이 저택에 살았다. 고용인은 가정부, 정원사, 운전사, 간호사로 총 4명이었다. 저택은 3층으로 된 현대식 건물이었으며, 3층엔 부자가 수집한 보석들이 전시된 작은 방이 있었다. 그 방으로 통하는 입구는 부자가 가진 열쇠로만 열 수 있는 문 하나뿐이었고 방 안엔 어린아이도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창문이 셋 있을 뿐이었다. 조사를 끝내자 저녁 식사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나는 부자에게 고용인들은 믿을만한 사람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가정부, 정원사, 운전사, 간호사 모두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 해왔으며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를 신뢰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작전을 시작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정원사, 운전사, 간호사를 전시실로 들여서 각각의 작은 창문에 대기시켜두고 가정부가 직접 3층으로 식사를 운반하여 하루 동안 모두 함께 전시실을 지키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좋은 생각이라고 말하고 고용인들을 모두 불렀다. 나는 그들에게 나의 작전을 얘기해주었고 그들은 모두 동의하였다. 그리고 정원사, 운전사, 간호사는 각자 맡은 창문으로 가서 대기했고 가정부는 식사를 준비해왔다. 가정부는 가져온 식사를 놓고 나갔고, 그들은 각자 그릇을 받아 식사했다. 잠시 뒤 그들이 수면제를 탄 저녁을 먹고 모두 잠이 들자 나는 가정부를, 아니 가정부로 위장하고 있던 내 조수를 불렀다.
우리는 전시실의 값진 보석들을 모두 챙긴 뒤 마을을 곧장 떠났다.
물론 내 서명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용병 | [괴도] [용병영업] 괴도 쓰라 | 대령1총각 | 2024-09-17 | - | 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