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매지션은 선천적으로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마법사의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자식이었지만 지나가던 마법사가 체인매지션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체인매지션을 제자로 삼았습니다.
체인매지션의 스승은 제법 명성이 높은 마법사였고 제자도 열 명 넘게 데리고 있었습니다.
막내로 들어갔지만, 체인매지션은 다른 제자들보다 독보적인 재능과 끈기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체인매지션은 다른 제자들보다 이론 공부에는 소질이 없었습니다.
앉아서 공부하기 보다는 밖에서 실전연습 하는 것을 더 좋아했죠.
체인매지션의 스승님은 대공의 아들을 제자로 받는 조건으로 후원을
받아 마법사 길드의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스승님이 마스터가 되면서 제자들 사이에선 스승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체인매지션은 후계자엔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제자들 사이에서 서로 모함과 비방이 격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인매지션과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누군가에게 독살당했고, 체인매지션은 누명을 썼습니다.
어느 하나 체인매지션을 구해주려고 하기는커녕 체인매지션을 처벌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하여 체인매지션은 재판을 받아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습니다.
게다가 여태까지 체인매지션이 모았던 마나 서클을 부수는 형벌에 처하게 됐습니다.
뛰어난 체인매지션의 실력을 질투했던 다른 제자들이 공모한 것입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마나 서클 만큼은 건드리지 말아달라 애원했지만 체인매지션의 스승도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마나 서클은 무형의 에너지 덩어리였지만, 그것이 깨지는 느낌은 마치 심장이 조각나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걸 한순간에 잃어 버린 체인매지션은 감옥에서 폐인처럼 지냈습니다.
마법사에게 마나 서클이 부서지는 것은 사형선고와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폐인이 되어 감옥에 갇힌 체인매지션을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에 체인매지션은 절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죠.
다른 죄수들과 같이 있는 것이 아닌 독방에 갇혀있어서 체인매지션은 쉽사리 절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요. 체인매지션의 머리는 봉두난발에 뼈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체인매지션에겐 식사도 딱딱한 보리빵과 묽은 수프만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인매지션은 독방에서 끌려 나와 더 깊은 지하감옥으로 끌려갔습니다.
마나 서클을 폐기해 더는 마법을 쓸 수 없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한다는 명목하에
체인매지션은 마나의 출입을 봉쇄하는 마법 진이 새겨진 지하감옥에 갇힙니다.
바닥과 천장에서 체인매지션의 사지를 각각 봉쇄하는 족쇄가 새로 채워졌습니다.
그곳은 빛 한점 들어오지 않은 곳이었죠.
체인매지션도 모르고 그들도 몰랐지만, 체인매지션의 마나 서클이 있던 자리에 작은 조각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들은 체인매지션에게 강력한 슬립 마법을 걸어놔 깊이 잠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마법 저항력은 그대로라 몸은 잠들었을지 몰라도 정신은 멀쩡했습니다.
그 마법 진은 마나를 무한정으로 빨아들이는 기능도 하였습니다. 빨아들인 마나가 저장되는 곳은
체인매지션의 몸이었습니다. 성내에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방지하는 마법 진을 유지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체인매지션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다 작은 마나 서클 한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에 마나 서클을 움직이니 강한 고통과 함께 작은 마나 서클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마나의 농도가 너무 짙어서 작고 약한 마나서클은 겹겹이 쌓인 마나들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클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생긴 작은 힘이 고여있던 마나 들에 영향을 주었고
마나 들이 체인매지션의 전신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체인매지션의 피부에 조금씩 흡수되면서 체인매지션의 몸이 순도높은 마나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체인매지션의 몸이 마나 덩어리 자체가 되었습니다.
마나 덩어리들을 관찰하던 중 체인매지션은 몸에 흡수된 마나들이 체인매지션의 의지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문을 외우고 마법진을 그리지 않아도 마나들은 체인매지션의 의지대로 따랐습니다.
이것이 스승님이 말하는 진정한 마법사의 힘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고 마나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체인매지션은 사지를 구속하는 사슬에 몸에 담겨있던 마나를 흘려보내 조종해보았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사슬은 체인매지션의 의지대로 움직였습니다.
다만, 몸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마나 들이 다시 흩어져 사슬을 조종할 수 없었습니다.
가만히 마법진 안에만 갇혀 있었던 체인매지션은 시간이 아주 많고 심심했기 때문에
마나 덩어리들을 흡수하는데 온 힘을 다했습니다.
체인매지션의 몸이 더는 마나를 흡수 할 수 없을 때까지 가득 마나를 모은 체인매지션은
마침내 체인매지션의 사지를 구속하던 사슬을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체인매지션은 사슬을 천장으로 꽂아 마법진에 닿지 않고 사슬의 반동을 이용해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마법진 내에 쌓여있는 마나와 체인매지션의 몸에 쌓인 마나의 형질이 같아서 별 탈 없이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체인매지션의 몸은 일종의 마나석이 되었고 마나를 모으려 하지 않아도
주변에 존재하는 마나들이 몸에 축적되어있는 마나에 끌려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마나를 끌어들이는 성질을 지닌 까닭에 보통 마법은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체인매지션은 보통의 마법사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고 몸 안의 마나를 다른 물건에 전이시켜
그 물건을 의지대로 조종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체인매지션은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무기를 체인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체인매지션은 복수를 위해 마법사 길드를 습격했습니다.
오랜 평화에 젖어있던 그들은 체인매지션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무엇보다 마법사들이 캐스팅할 시간에 체인매지션은 간단하게 사슬을 조종해
모여들던 마나를 흡수하며 마법사들을 찔렀습니다.
순식간에 마법사 길드 지부 하나를 날려버린 체인매지션은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제국 전역에 현상수배 포스터가 붙었고, 체인매지션은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두건을 길게 늘어뜨리고
점을 봐주는 점성술사 행세를 했습니다.
철저하게 마법사 길드만 부숴버리고 사라지는 통에 체인매지션을 잡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평민들은 자신들에게 피해오는 것이 없다 보니 사건에 무관심했습니다.
마법사들은 몇 날 며칠 비상회의를 했으나 의견이 제각각인 덕분에 의견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본래 실력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고위귀족가문 출신이 마스터의 지위를 물려받으면서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은 마법사들은 모두 쫓아내거나 누명을 씌워 감옥에 가둬버렸기 때문에
길드에 실력자들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체인매지션은 손쉽게 길드 본부를 침입했고 마법사들은 전부 혼비백산 도망갔습니다.
길드 마스터는 비굴하게 체인매지션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려달라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체인매지션은 거침없이 그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본국에선 체인매지션은 대역 죄인이지만, 체인매지션의 강력한 힘이 탐난 타국에서
체인매지션을 보호해주고 귀족 작위도 주겠다며 체인매지션을 유혹했습니다.
체인매지션은 조국에 가장 적대적인 나라로 귀화했고 사람들은 사슬을 마법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보고 체인매지션을 체인매지션 이라고 불렀습니다.
체인매지션은 적국 마법사단의 단장으로 취임했고 선봉에 서서 과거의 조국을 침략했습니다.
체인매지션의 강력한 힘에 조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수도도 빠르게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체인매지션이 수도의 왕성에 입성하는 순간, 성에 쌓여있던 거대한 마나들이
체인매지션에게 마구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나라를 무너트릴 힘을 가진 체인매지션의 존재를 두려워한 나라들이 모의해서
체인매지션을 없애기로 하고, 왕궁에 마법진을 설치해 체인매지션의 몸에 한계 이상으로 마나를 집어넣어
몸을 터트리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마나의 집약으로 인해 차원에 균열이 생겼고 체인매지션은 마나와 함께
균열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눈을 떠보니 뽀글머리의 남자가 보입니다.
그는 자신을 개발자K라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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