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괴담
6월의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친구 B가 전화를 해 눈을 떴다.
전화를 받으니 갑작스럽게 B가 말했다.
[일어났으면 드라이브 하러 가자.]
뭐하자는건가 싶어서 [뭐야, 이렇게 갑자기?] 라고 투덜댔다.
그렇지만 B는 기쁜 듯한 목소리로 [새 차가 도착했으니까, 잘 길들이고 싶다구.] 라고 말했다.
나도 새 차라는 것을 듣고 나니 타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 함께 가기로 해버렸다.
그리고 1시간도 걸리지 않아 B가 도착했다.
바쁘게 준비를 마치고, B가 기다리고 있는 공터로 가니 거기에는 새빨간 프렐류드가 주차되어 있었다.
[굉장한 꼴이네.]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무심결에 잘못 말해버렸다.
(타고 있는 사람에게는 미안하다.)
그렇지만 B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쑥쓰러워 하고 있었다.
나와 B는 서서 이야기하기도 뭣해서 차에 올라타 갈 곳을 생각했다.
B가 원하기도 해서, 가는 곳은 나가노로 결정.
15분 정도 달려서 중앙 고속도로를 탔다.
외견과 달리 승차감은 대단히 좋아서, 내 눈은 틀려먹었다고 생각하면서 B에게 물었다.
[물론 금연이겠지?]
바로 답이 돌아온다.
[피면 죽여버린다.]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고속도로를 타고 3시간 반, 고생 끝에 나가노 시내에 도착해 점심을 먹은 뒤 가볍게 시내 관광을 했다.
젠코지(善光寺)를 돌았을 때는 시간도 4시 가까이 되어 슬슬 돌아가기로 하고 차로 향했다.
돌아가는 것은 산길로 가게 되었지만, 이 근처는 둘 다 초행길이어서 지도를 보며 돌아가기로 했다.
1시간 정도 달리니 곧 새로운 도로로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길을 달리면서 곧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작은 목소리로 [어-이] 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B가 낸 소리라고만 생각하고 B에게 [뭐야?] 라고 물었다.
B는 [뭐가?] 라고 나에게 반문했다.
나는 헛소리를 들었나 싶어 [아니야. 기분 탓인가봐.] 라고 넘어갔다.
그런데 얼마 뒤 이번에는 반대로 B가 [무슨 소리야?] 라고 물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B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둘이서 입을 다물고 있는데, 곧이어 꽤 큰 목소리로 [어-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들은 둘이 동시에 [들렸지?] 라고 말했다.
나는 불쾌해져서 B에게 백미러로 뒤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B는 마지못해 하며 확인했지만, [아무 것도 없어.] 라고 말했다.
나는 뒤를 돌아봐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소리가 들렸는데...] 라고 B와 말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이, 여기야.]
...
B는 자동차의 속도를 낮추고 둘이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확인했다.
열어둔 썬루프에 시선을 돌리자 왠 남자가 달라붙은 채 [여기야.] 라면서 웃고 있었다.
그것을 본 우리는 큰 소리를 질렀다.
B는 액셀을 밟으면서 썬루프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놀란 나머지 한동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B는 속도를 줄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을 걸어 속도를 낮추도록 했다.
잠시 동안 달리고 우리는 조금 안정되어서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처럼 질린 목소리로 [그게 뭐였을까.] 라고 이야기하던 도중 기름이 떨어질 것 같은 것을 알아차리고 중간의 휴게소에 차를 댔다.
온 김에 마실 것이라도 사려고 둘이서 차 밖으로 나왔는데 문득 썬루프에 눈이 갔다.
썬루프에는 10개의 손톱자국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것을 본 B는 [차라리 손자국이 낫겠다...] 라고 고개를 숙였다.
돌아가는 길의 프렐류드는 담배 연기가 가득찬 차가 되어버렸다.
드라이브에서 돌아오고 1개월 뒤, 나는 B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만나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9시쯤 도착하니까 역으로 마중을 와 달라는 부탁에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차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역에서 B를 태웠다.
[걸어서 오다니 별일이네?]
그렇게 B에게 물으니 B는 종이 한 장을 보여주며 대답했다.
[면허정지 먹었어.]
나는 웃어버렸다.
집에 도착해 자세히 들어보니 감시 카메라에 찍혀 버렸다고 한다.
규정 속도에서 39km 오버하고 있었다.
B의 말에 의하면 그 지점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는 반드시 속도를 줄이고 있었지만, 그 날은 왠일인지 멍하게 있었던 모양이다.
본인은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하지만.
감시 카메라를 통과하는 순간 붉은 섬광이 비쳤고, 그 빛에 B는 제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2주일 정도 지나서, 경찰서에서 출두 명령이 도착했고 오늘 다녀온 것이라고 했다.
부정할만한 것도 없고, 모두 인정하고 끝마칠 생각이었지만 [이것이 증거 사진입니다.] 라고 한 장의 사진을 받아본 뒤 [뭐야, 이거?]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분명히 혼자 타고 있었는데,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것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가.
B는 확실히 속도 위반은 했지만 그 때는 혼자 타고 있었다고 경찰관에게 주장했다.
그렇게 말했지만 경찰관은 간단히 [친한 여자가 많으면 기억하기 힘든가 보네요.] 라고 웃어 넘겼다고 한다.
몇 번이고 다시 사진을 보아도 틀림없다.
B는 초조해하면서 사진을 계속 보았다고 한다.
그것을 듣고 나는 [정말로 아무도 태우지 않았어?] 라고 물었지만, B는 시종일관 혼자였다는 말 뿐이었다.
B에게 어떤 모습으로 찍혀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B에 의하면 그 여자는 가만히 B를 응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잠시 후 B는 중얼거렸다.
[심령사진...일까?]
그것을 들은 나는 [그것 밖에 없는 것 같다.]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B는 자동차에 액이 낀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내가 [새 차인데 그럴리가 있겠냐.] 라고 말하며 달랬다.
그렇지만 B는 나를 보며 [지금 네 차로 시험해볼래?] 라고 말해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면허정지가 끝나고 B는 일 때문에 도내의 스미다가와가에 세워질 맨션의 완성 예비 검사를 위해 지적된 곳의 수리를 하러 후배와 맨션으로 갔다.
B가 하는 일은 전기 공사의 대리인으로, 수리라고는 해도 전구를 갈아끼우는 정도였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해서 페인트집 차 옆에 프렐류드를 대고 작업에 착수했다.
그 맨션은 20층이 넘는 높은 건물로, 2개의 동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었다.
차를 세운 쪽의 반대쪽 용마루부터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30분 정도 지나 작업을 마친 방에서부터 나왔는데, 바깥이 엠뷸런스 소리로 떠들썩했다.
그것이 옆 건물의 용마루라는 것을 알아차린 B는 서둘러 그리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가니 공사 관계자들이 구름처럼 모여 잘 보이지 않았다.
앞에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페인트공이 19층에서 칠하던 도중 균형이 무너져 추락했다고 한다.
거의 즉사한 것 같다.
곧 앰뷸런스가 빠져 나갔다.
사람이 떨어진 장소가 마음에 걸렸던 B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서 앞으로 나왔다.
거기에는 끔찍한 모습의 프렐류드가 있었다.
지붕은 괴상하게 움푹 파여 있었고, 앞유리에는 대량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B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저 차가 페인트공을 데려갔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이해가 갔다.
B는 알고 지내던 수리공에게 프렐류드를 팔았다.
우리는 당연히 폐차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 프렐류드는 흰색으로 다시 도색되서 도내의 중고차 점포로 향했다고 한다.
이 차는 다음 주인에게 또 어떤 기묘한 체험을 겪게 할 것인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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